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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지 못하다. 왠지 이미지가 있으니까. 있는 집안 딸이다보니 어려서부터 할아버님께 이미지를 관리하도록 교육받았는데, 그게 완전히 붙어버렸더니 이제 와서는 딱히 일부러 솔직해지기도 힘들다. 조금 새침하고 뭐든 스스로 잘 할 것 같고. 고고한 아가씨 이미지에 정확히 접근하게 됐지만 가끔은 조금 보통으로 보통 여자아이처럼 지내보고도 싶다. 다만 역시 어렵다. 어울리지 않은 모습같아 민망해져 금방 관두고 만다.
기본적으로 주위 사람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친해지기 전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고 크게 가까이하지부터 않는다. 사회 부적응자처럼 혼자 있을 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선에서 대화를 끊는 버릇이 출중하다. 조금 이야기가 깊어질 것 같으면 바로 이야기를 전환하거나 끊어버리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해버리는 일. 친해질 뻔 했다가 대화 흐름을 끊어버리고는 혼자 방에 가 손에 얼굴을 묻고 삽질한 적도 많다. 결론은 항상 고고한 아가씨 이미지를 깨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하는 걸로 끝나는데, 그렇게 넘기려고 해도 별 수 없이 속이 조금 따끔거리긴 한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까운 선을 넘겨준다던가, 그러다 허술한 모습을 보여버리는 것은 에미리 성격에는 택도 없는 일이다. 스스로도 친한 친구같은 거 생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힘들다.
의외로 의례주의적인 면을 벗으면 은근한 다혈질.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하고, 잘 되지 않으면 발로 걷어차버리고 싶어하는 그런 여자아이다. 어릴 때는 그러다가 물건 여럿 부숴먹었다. (그녀의 스펙은 각력 강화다.) 당연히 할아버님으로부터 제재와 교육이 들어왔고, 지금은 상황에 불만이 많아도 발 먼저 나가는 일은 없다.